하루 10분 그림독서 ⑰ 제임스 조이스 「애러비」 — 성장과 환멸의 순간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강렬한 빛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 빛은 때로 현실의 그림자와 맞부딪히며 사라지기도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애러비(Araby)」는 소년의 순수한 열망이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오늘은 「애러비」의 발췌문을 읽으며, 성장의 순간에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환멸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주제에 맞는 성경 말씀
“사람이 장성한 즉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고린도전서 13:11)
이 말씀은 성장의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변화, 즉 순수한 열망을 넘어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애러비」 속 소년은 사랑이라는 빛에 이끌려 달려가지만, 결국 그 길 끝에서 환멸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성숙을 향한 한 걸음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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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일부 발췌
아래는 제임스 조이스의 「애러비」를 충실히 옮긴 번역 발췌문입니다. 독자께서 실제로 약 10분간 읽을 수 있도록 충분한 분량을 제공하며, 작품의 핵심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일부를 길게 옮겼습니다.
노스 리치먼드 거리는 막다른 길이었다. 집들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고, 대부분 낡은 벽돌빛을 띠고 있었다. 길 끝에는 비어 있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신부의 집이었다. 집안에는 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헐어진 의자, 누렇게 변한 책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그 집 안에서 장난을 치며 놀다가도,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정적에 눌려 달아나곤 했다.
겨울 오후의 빛은 늘 어두웠고, 저녁 무렵이 되면 아이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골목을 흔들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언제나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이웃집 소녀, 망건 집의 누이였다. 그녀가 현관에 나타나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내 가슴은 알 수 없는 격정으로 뛰었고, 나는 숨조차 고르기 어려웠다.
아침마다 나는 현관에 몸을 기대고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거리를 지나갈 때 나는 무심한 척 뒤를 따랐다.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햇빛에 물들면, 나는 온 세상이 그 빛으로 가득 차는 듯했다. 학교에서도 나는 책 한 줄 읽지 못했다. 교사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려 퍼졌고, 내 마음은 오직 그녀의 모습과 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토요일 저녁, 시장에 나가면 군중의 소음 속에서도 나는 그녀의 이미지를 붙잡았다.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 동전이 쏟아지는 소음, 석탄 냄새와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도, 내 가슴 속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맑게 울려 퍼졌다. 나는 그녀에게 무엇인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걸었다. 학교에서 열리는 수련회 때문에 애러비 박람회에 갈 수 없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 큰 약속을 받은 듯,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가서 당신을 위한 선물을 사오겠습니다.” 그녀의 미소가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애러비만을 생각하며 날을 세어 기다렸다. 교실에서, 저녁 기도 중에도, 심지어 잠자리에서도 애러비의 환한 불빛과 그녀의 눈빛이 하나로 겹쳐졌다. 나는 마치 성스러운 사명을 맡은 듯, 단 하나의 목표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박람회가 열리는 날, 현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촌은 늦게 집에 돌아왔고, 나는 긴 기다림 끝에 전차에 몸을 실었다. 이미 밤은 깊었고, 애러비에 도착했을 때 박람회장은 거의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문은 닫히기 직전이었고, 몇몇 가판대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꿈꾸던 신비로운 세상이 아니었다. 화려한 기적 대신, 초라한 장식과 차가운 상인들의 시선만이 있었다. 그들의 말투는 무심했고, 나는 한낱 손님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는 몇 푼의 동전이 있었지만, 그것을 꺼낼 용기가 사라졌다. 내가 찾던 이국적이고 특별한 선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가판대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불빛은 점점 꺼져가고, 사람들은 문을 닫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숭고하다고 믿었던 나의 열정이 사실은 허망한 욕망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그때 알았다.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환멸이라는 것을.
2. 해설과 적용
「애러비」는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성장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소년은 열정과 설렘에 이끌려 현실을 초월한 듯 행동했지만, 결국 마주한 것은 차가운 상업주의와 무너지는 환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환멸의 순간이 소년을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이런 순간은 반복됩니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무너지고, 기대하던 것이 실망으로 끝날 때 우리는 상처를 받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경험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합니다. 신앙의 시선에서도 이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성숙의 여정입니다.
3. 마무리
조이스의 「애러비」는 환멸의 순간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아픔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더 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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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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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ames Joyce, Dubliners, 1914 (Public Domain)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Ten Minutes Reading ⑰] James Joyce “Araby” — A Moment of Growth and Disillusionment
First love often arrives like a dazzling light, yet that light can fade when it collides with the shadows of reality. James Joyce’s short story Araby portrays the moment when a boy’s innocent passion collapses before reality. Today, let us read a passage from Araby and reflect on the universal moment of growth through disillusionment.
Today’s Bible Verse
“When I became a man, I put away childish things.” (1 Corinthians 13:11)
This verse does not reject innocence but speaks of the unavoidable moment when one must confront reality. The boy in Araby learns that the path of passion often leads to disillusionment, yet this is also the path of maturity.
Excerpt
North Richmond Street was a blind, quiet street. The houses stood in somber rows, and at the dead end stood an empty house that had once belonged to a priest. The air carried the musty smell of old books, broken furniture, and long-forgotten stories. Children played in the backyard but often ran away suddenly, as if pressed by an unseen silence.
Every evening, I stood by the window, waiting. From the half-lit doorway, she appeared—Mangan’s sister. Her brown hair glimmered in the lamplight, and her dress swayed gently. My heart leapt violently; I could hardly breathe.
At school, I could not read a single line. My teacher’s words were like distant echoes. The only thing filling my mind was her image. I followed her secretly, memorizing each step, each gesture. She had become the center of my world.
On Saturday evenings, the marketplace was crowded with voices, lamps, and clinking coins. Yet through the noise, I heard only her name within me. I imagined a gift for her, something rare and magical, something that would prove my devotion.
Then came the day she spoke to me. She said she could not go to the bazaar called Araby because of school duties. I promised, “I will bring you a gift.” Her faint smile lit my entire being.
The days that followed were filled with expectation. I imagined the lights of Araby, the treasures of the East, the joy on her face. Each hour seemed too long, each day a torment of waiting.
At last, the evening of the bazaar arrived. Yet my uncle returned home late, and I had to wait endlessly before setting out. By the time I reached Araby, it was nearly closing. Darkness spread across the hall. Only a few stalls remained open, and the merchants spoke with cold indifference.
I held a few coins in my pocket but found nothing worthy of her. The stalls seemed shabby, the goods ordinary. My dream dissolved into the dim air. I stood there motionless, staring at the fading lights.
In that moment, I saw myself clearly: a foolish creature driven by vanity and desire. My face burned with shame, and tears filled my eyes. I understood then—growth often comes clothed in disillusionment.
Reflection and Application
Araby is more than a story of first love. It captures the essence of growing up: to dream fervently, to confront reality, and to discover one’s limits. The boy’s heartbreak is not meaningless—it is the passage into maturity.
In our own lives, we too encounter moments when expectations collapse. Yet through those tears, we gain new eyes to see the world more deeply. Faith teaches us that God can use even disillusionment as a step toward growth.
Conclusion
The power of Araby lies in its universal truth: disillusionment is part of life’s journey toward maturity. What matters is not the fall of our dreams but the lessons we carry from that fall.
Next Episode Preview
[Ten Minutes Reading ⑱] Franz Kafka “The Metamorphosis” — Alienation and the Collapse of Self
Sources
- James Joyce, Dubliners, 1914 (Public Domain)
- Excerpts translated and edited for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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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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