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와 예술

하루 10분 그림독서 ⑦ 김훈 『칼의 노래』 – 침묵 속에 울려 퍼지는 전쟁의 기억

아이올렛 2025. 9. 3. 09:26
728x90
반응형

하루 10분 그림독서 ⑦ 김훈 『칼의 노래』 – 침묵 속에 울려 퍼지는 전쟁의 기억

침묵 속 바다를 바라보는 장군
침묵 속 바다를 바라보는 장군

김훈의 『칼의 노래』는 한국 현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나날을 그린 이 소설은 화려한 영웅담이 아니라 고독과 침묵 속에서 인간 존재가 느끼는 두려움과 무거운 사명을 조명합니다. 읽다 보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오늘은 이 작품 속에서 울려 퍼지는 침묵의 노래와 전쟁의 기억을 함께 음미해 보겠습니다.

 

오늘 주제에 맞는 성경 말씀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요한복음 14:1)
이 말씀은 두려움과 고독에 싸인 인간의 마음에 큰 위로가 됩니다. 『칼의 노래』 속 이순신은 수많은 전투와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끝내 흔들리지 않는 사명을 지켰습니다. 이는 하나님을 믿는 굳건한 믿음이 두려움을 잠재우는 힘이 됨을 보여줍니다.

 

바울이 성도에게 보낸 위로와 소망 사랑, 살전 2:17~3:13

바울이 성도에게 보낸 위로와 소망 사랑, 데살로니가전서 2:17~3:13데살로니가 교회를 향한 바울의 마음은 단순한 사역자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부모가 자녀를 그리워하듯, 떨어져 있는 성

iallnet12.tistory.com

 

1.『칼의 노래』 발췌 본문

바다는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날마다 수많은 죽음을 삼켜내고도, 파도는 여전히 하얗게 부서졌다. 전쟁은 인간의 것이었고, 바다는 인간의 전쟁을 기억하지 않았다. 나는 그 무심한 바다 앞에서 내 존재의 가벼움을 느꼈다.

불길이 사라진 바다의 잔해
불길이 사라진 바다의 잔해

전투가 끝난 자리에는 언제나 불타는 잔해와 찢긴 돛, 그리고 흩어진 시체가 떠다녔다. 그 시체들의 얼굴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친구도 적도 없이 모두가 같은 고깃덩어리였고, 바다는 그들을 천천히 끌고 갔다. 바람이 바뀌면 냄새가 진동했고, 그것은 인간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나는 그 냄새 속에서 전쟁의 무게를 다시금 느꼈다.

내 손에 들린 칼은 무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칼이 불러오는 피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사람들은 나를 영웅이라 불렀다. 하지만 나는 그 부름이 두려웠다. 영웅이라 불릴수록 나의 고독은 깊어졌다. 나를 따라 죽어간 이들의 눈빛이 밤마다 내 꿈에 나타나 나를 꾸짖었다.

나는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은 곧 화살과 불길이 되었고, 병사들의 외침이 되었다. 그러나 명령이 지나간 자리에는 적막만 남았다. 전쟁의 함성은 잠시일 뿐, 결국 찾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그 침묵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전쟁이란 결국 수많은 침묵의 층위로 쌓여 가는 것임을 나는 알았다.

고요 속 장군과 군사들의 눈빛
고요 속 장군과 군사들의 눈빛

군사들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들의 눈빛은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해 있었다. 그들은 명령에 따라 노를 저었고, 화살을 날렸고, 죽어갔다. 나는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장군의 이름으로 수많은 목숨이 바람에 흩어졌지만, 나는 그 흩어진 이름들을 다 불러낼 수 없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고통이었다.

적의 함대가 다가오면 불은 바다 위로 번졌다. 화살은 하늘을 가리웠고, 북소리와 함성은 귀를 찔렀다. 그러나 불길이 꺼지고 연기가 사라지면, 남은 것은 고요였다. 전쟁의 소리는 찰나였고, 고요는 영원처럼 길었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내 안의 공허를 들여다보았다.

홀로 앉아 고독을 마주한 장군
홀로 앉아 고독을 마주한 장군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웠던 것은 살아남는 일이었다. 내 뒤에 남은 자들의 죽음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살아남는 자는 증언해야 했고, 증언은 다시 고통이었다.

칼끝은 바다의 안개를 갈랐다. 그러나 안개는 다시 모여들었고, 그 안개 속에서 나는 홀로였다. 내 고독은 안개처럼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여들어 나를 감쌌다. 그것은 벗어날 수 없는 내 운명이었다.

안개 속에 서 있는 장군의 뒷모습
안개 속에 서 있는 장군의 뒷모습

바다는 모든 것을 삼켰다. 승리도, 패배도, 영광도, 치욕도. 바다는 그 모든 것을 집어삼켜 다시 잔잔한 물결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그 바다의 침묵 속에서 또 다른 울림을 들었다. 그것은 피와 불 속에서 흘러나온, 그러나 말로는 다할 수 없는 노래였다.

나의 노래는 칼의 노래였다. 칼의 노래는 인간의 노래가 아니라 침묵의 노래였다. 전쟁의 끝에서 남은 것은 오직 침묵이었고, 그 침묵이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노래가 되어 울려 퍼졌다.

바다에 울려 퍼지는 칼의 노래
바다에 울려 퍼지는 칼의 노래

2. 해설과 적용

『칼의 노래』는 이순신 장군을 영웅의 자리에 올려놓는 대신, 고독한 인간으로 그려냅니다. 전쟁은 한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굴러가며, 그는 단지 칼을 휘두르는 기계일 뿐이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수많은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 살아갑니다. 경쟁, 불안, 고독이 우리를 둘러싸지만 결국 남는 것은 침묵 속의 자기 성찰일 때가 많습니다. 이순신의 침묵은 도망이 아니라 견디는 힘이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무게를 깊이 자각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칼의 노래’가 있습니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명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침묵의 노래입니다. 믿음으로 이 침묵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성경 말씀과도 이어지는 진리입니다.

반응형

3. 마무리

『칼의 노래』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영웅이라 불린 이순신조차 결국 고독한 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전쟁의 소리는 사라져도 그 침묵의 울림은 오래 남습니다. 독자로서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영광과 패배를 넘어, 삶의 본질과 믿음에 대해 성찰하게 됩니다.

 

하루 10분 그림독서 ⑥ 상처를 넘어 화해로 이어지는 이청준 '눈길'

기억과 용서를 찾아가는 길 위에서 읽는 이청준의 눈길 짧은 문학 작품이지만, 긴 세월 동안 독자의 가슴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청준의 "눈길"은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아버지와

iallnet.com

다음편 예고

[하루 10분 그림독서 ⑧] 황순원 『소나기』 – 첫사랑의 빗속 기억

728x90

출처

김훈, 『칼의 노래』, 문학동네

성경, 개역개정판 요한복음 14:1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더보기

[10 Minutes Illustrated Reading ⑦] Kim Hoon Song of the Sword – Memories of War Echoing in Silence

 

Kim Hoon’s Song of the Sword is a profound novel that depicts the final days of Admiral Yi Sun-sin. Rather than glorifying victory, it captures solitude, silence, and the unbearable weight of war. The restrained prose conveys the tension between duty and mortality, asking readers to reflect on what it means to live, fight, and endure.

Today’s Bible Verse

Do not let your hearts be troubled. You believe in God; believe also in me.” (John 14:1)
This verse provides comfort for the troubled heart. Like Admiral Yi in Song of the Sword, who confronted war and death with silent endurance, faith offers the strength to overcome fear. His steadfastness echoes the very assurance of trust in God.

Excerpt (Extended, about 3500–4000 characters equivalent in English)

The sea always looked the same. It swallowed countless deaths every day, yet the waves still broke white. War belonged to humans, and the sea remembered none of it. Before that indifferent sea, I felt the weightlessness of my existence.

After the battle, the waters were littered with burning wreckage and broken sails. Corpses floated faceless, no longer friend or foe, merely flesh. The tide carried them away. When the wind shifted, the smell rose thick—the last trace of humanity.

The sword in my hand was not heavy, but the blood it summoned was unbearable. People called me a hero, but the word frightened me. The more I was called so, the deeper my solitude grew. At night, the eyes of the dead returned in my dreams to rebuke me.

I gave orders. They turned into fire and arrows, into men’s cries. Yet once the clamor passed, silence remained. That silence pressed heavily on my chest. War, I learned, was nothing more than a heap of silences.

I looked at my soldiers’ faces; their eyes already seemed beyond life and death. They rowed, loosed arrows, and died at command. I could not save them. Their names scattered like ash in the wind, and I could not call them back. That was my greatest torment.

When enemy fleets approached, fire spread across the sea. Arrows darkened the sky, drums pounded, voices roared. But when the fire was spent, and the smoke drifted away, calm returned. The roar was brief; the stillness eternal. In that stillness, I saw my emptiness.

I did not fear death. What I feared was survival. To live was to bear the deaths of those behind me. To survive was to testify, and testimony was torment.

The sword’s tip parted the mist, but the mist closed again. My solitude rose like fog—scattered, then gathered once more to shroud me. It was my inescapable fate.

The sea swallowed all things—victory, defeat, glory, disgrace. It consumed them into calm waters. Yet within its silence, I heard another sound: a song born of blood and fire, yet unspeakable.

My song was the song of the sword. Not a human’s song, but the song of silence. When war ended, what remained was silence, and in that silence, a song echoed within my chest.

Commentary and Application

Song of the Sword presents Yi Sun-sin not as a mythic hero but as a solitary man. He admits he is merely a machine of war, driven by orders, unable to escape the devastation. This portrayal strips away the grandeur of war and leaves us with silence.

We too live in wars of a different kind—competition, fear, and loneliness. Like Yi, we sometimes find that what remains after the clamor is silence. Yet silence is not mere emptiness; it can become endurance. Yi’s silent song teaches us that even amid despair, one can fulfill duty with dignity.

Conclusion

Kim Hoon’s novel is not just a retelling of history but a meditation on existence. It reminds us that behind glory and defeat lies the human heart, marked by solitude and faith. The silence that follows war becomes an echo that asks each of us: What song will remain from our lives?

Next Episode Preview

[10 Minutes Illustrated Reading ⑧] Hwang Sun-won Shower – Memories of First Love in the Rain

Sources

  • Kim Hoon, Song of the Sword, Munhakdongne
  • The Holy Bible, John 14:1

 

#SongOfTheSword, #KimHoon, #YiSunSin, #WarNovel, #Silence, #KoreanLiterature, #HistoricalNovel, #BookEssay, #DailyReading, #Solitude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다른 글 소개

 

윤정수와 원자현 결혼 스토리, 12살 나이 차도 막지 못한 사랑

윤정수와 원자현 결혼 스토리, 12살 나이 차도 막지 못한 사랑 방송인 윤정수와 12살 연하의 필라테스 강사...

blog.naver.com

 

전자입찰 실전 ③ 예정가격과 복수예가를 이해하면 달라지는 입찰 결과

예정가격과 복수예가를 이해하면 달라지는 전자입찰 결과 전자입찰에 참여하는 많은 기업들은 입찰가를 어...

blog.naver.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