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와 예술

허먼 멜빌 '바틀비, 서기' -거부와 침묵 속에서 드러난 인간 존재의 역설

아이올렛 2025. 9. 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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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그림독서 ⑮] 허먼 멜빌 '바틀비, 서기' — 거부와 침묵 속에서 드러난 인간 존재의 역설

침묵 속에 앉은 바틀비
침묵 속에 앉은 바틀비

사람들은 보통 조용히 맡은 일을 해내는 직원을 이상적인 인물로 여깁니다. 그러나 허먼 멜빌의 「바틀비, 서기」 속 주인공은 달랐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업무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요청에 단 하나의 대답만을 내놓았습니다.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 단순한 거부의 말은 사무실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넘어, 인간 존재와 자유, 순응과 저항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인간의 목소리를 함께 성찰해 보려 합니다.

 

오늘 주제에 맞는 성경 말씀

잠잠하여 여호와를 기다리라 자기를 의지하는 자를 버리지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37:7)

이 말씀은 세상의 소음과 압박 속에서도 침묵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태도가 결국 진정한 자유와 구원을 가져다준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바틀비의 침묵과 거부는 세상과 어긋나는 태도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의 진실과 자유를 지키려는 몸부림이 담겨 있습니다.

 

솔로몬 성전 기구의 의미와 상징 – 놋 제단에서 금 문까지 – 역대하 4:1~22

성전 기구와 그 상징적 의미 – 역대하 4:1~22 깊이 있는 해설하나님의 성전을 세우는 일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니라, 그분의 임재와 백성과의 언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거룩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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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발췌 

 

"바틀비가 처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의 태도에서 다른 직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그는 매우 조용하고 단정했으며, 말수도 거의 없었다. 며칠 동안 그는 내가 맡긴 모든 필사 업무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게 해냈다.

열심히 필사하는 바틀비
열심히 필사하는 바틀비

나는 그에게 점점 신뢰를 갖게 되었고, 다른 두 서기들의 떠들썩함에 비해 바틀비의 고요함은 사무실 전체를 안정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문서를 함께 대조하자고 요청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바틀비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었고, 표정은 차분했다. 성난 것도, 무례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사실을 말하듯 태연하게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며칠 뒤, 나는 다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대답은 동일했다.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태도는 더욱 극단적으로 변해갔다. 그는 문서 검토는 물론 간단한 심부름조차 거부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긴 했으나, 마치 그 자리에 몸만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는 점차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사무실을 떠나지도 않았다.

 

나는 당혹스러움과 연민 사이에서 흔들렸다. 다른 직원들은 바틀비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를 비난하거나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단절된 영혼 같았고, 나는 그를 내쫓을 수도, 완전히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태에 놓였다.

결국 바틀비는 모든 일을 중단하고, 사무실의 한 자리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며 지냈다. 때로는 종이 뭉치를 손에 쥔 채 그대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그의 침묵과 고요는 마치 보이지 않는 벽처럼 사무실을 둘러쌌다.

창밖만 바라보는 바틀비
창밖만 바라보는 바틀비

나는 마지막까지 그를 도우려 했으나, 바틀비는 결국 감옥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도 음식을 거부하며 점차 쇠약해졌다. 누군가가 그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단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감옥의 뜰에서 생을 마쳤다.

감옥의 뜰에 누운 바틀비
감옥의 뜰에 누운 바틀비

바틀비의 삶과 침묵은 내게 하나의 수수께끼로 남았다. 그는 왜 그렇게 세상과 거리를 두었는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거부하게 만들었는가? 끝내 알 수 없는 질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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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설과 적용

「바틀비, 서기」에서 반복되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반항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본과 효율성에 지배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마지막으로 가질 수 있는 자유, 즉 거부할 자유를 상징합니다.

 

사무실의 동료들은 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독자들은 바틀비의 침묵 속에서 역설적인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모든 것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 편안할 수는 있어도,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바틀비처럼 불편한 침묵을 선택하는 것은 비록 세상과 부딪히지만, 자기 존재를 지키는 마지막 선택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끊임없는 요구와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회사의 업무, 사회의 규범, 관계의 기대 속에서 우리는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러나 바틀비의 침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정말로 이 일을 원하고 있는가?” “내가 지켜야 할 나다움은 무엇인가?”
때로는 용기 있게 거부할 줄 아는 태도가, 오히려 더 깊은 자유와 존엄을 지켜주는 길일지 모릅니다.

거부와 성찰의 상징
거부와 성찰의 상징

3. 마무리

허먼 멜빌은 「바틀비, 서기」를 통해 단순한 직업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역설을 보여주었습니다. 순응과 저항, 참여와 침묵 사이에서 우리는 늘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바틀비의 침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 나는 어디까지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서 나 자신을 지켜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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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허먼 멜빌, 「바틀비, 서기」 (1853)
  • 성경 말씀: 시편 37:7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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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inute Reading with Illustration ⑮] Herman Melville "Bartleby, the Scrivener" — The Paradox of Human Existence in Refusal and Silence

 

When Bartleby first appeared in the narrator’s office, he was quiet, polite, and diligent. For a while, he was the perfect copyist—accurate, silent, and tireless. Yet suddenly, everything changed. To every request, he responded with the same words: “I would prefer not to.”
This phrase, simple yet mysterious, challenges conformity and opens up questions about human freedom and dignity.

Scripture for Today

Be still before the Lord and wait patiently for him; do not fret when people succeed in their ways.” (Psalm 37:7)

This verse reminds us that silence before God is not weakness but trust. Bartleby’s refusal, though strange, may also be seen as a paradoxical witness to human dignity and freedom within an oppressive system.

Passage 

"Bartleby entered the office as a model employee—neat, calm, and silent. For several days, he copied documents with astonishing diligence and precision. I began to trust him more than my other clerks, whose noisy chatter often filled the office. Bartleby’s quiet presence was almost soothing.

But one day, when I asked him to examine a document aloud, he paused, then said:
“I would prefer not to.”

I was shocked. His tone was calm, his face untroubled, as if he had merely stated a fact.

Days later, I asked again, and once more his answer was the same:
“I would prefer not to.”

Over time, his refusals grew broader. He declined to fold letters, refused even the simplest errands. He no longer participated in any task, yet he did not leave the office. He merely sat, staring at the walls or out the window, silent and withdrawn.

His presence became a puzzle, a silent force that unsettled everyone. I could neither cast him out completely nor accept him fully. Finally, when he was imprisoned, he refused even food. Someone asked him why, but Bartleby gave no answer. In the prison yard, he lay down quietly and died.

What remained was not clarity, but mystery: why did Bartleby choose refusal and silence? What truth lay hidden behind his final words?"

Commentary and Application

The power of “I would prefer not to” lies in its paradox. It is not rebellion in anger, but the quiet assertion of freedom within a system that reduces humans to mere tools.

For the narrator and coworkers, Bartleby was incomprehensible. For us, however, his silence raises the question: “What kind of life do we truly desire?”

In today’s world of constant demands, Bartleby teaches us the courage of refusal. To say “no” at times is not destruction—it may be the only way to preserve our dignity.

Conclusion

Melville’s story goes beyond an office tale. It unveils the paradox of existence between conformity and resistance, between speech and silence. Bartleby’s refusal still echoes today, asking each of us whether there is a moment when we, too, must say: “I would prefer not to.”

Next Episode Preview

[10-Minute Reading with Illustration ⑯] will explore Franz Kafka’s “The Metamorphosis,” delving into alienation and identity in a world of transformation.

Sources

  • Herman Melville, “Bartleby, the Scrivener” (1853)
  • Psalm 37:7, The Holy Bible

 

#Bartleby, #HermanMelville, #BartlebyScrivener, #SilenceAndRefusal, #HumanExistence, #ClassicLiterature, #ConformityAndResistance, #10MinuteReading, #BibleReflection, #PhilosophicalReading,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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