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그림독서 ⑰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인간 사회를 비추는 고양이의 눈
근대 일본 문학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작품 중 하나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입니다. 이 소설은 이름조차 없는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인간 세계를 관찰하는 독특한 시선으로 쓰여 있습니다. 인간들의 일상과 대화, 허영심과 위선을 풍자하며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남깁니다.
오늘은 이 작품의 초반부를 중심으로 약 10분간 읽을 수 있는 발췌문을 나누고, 이어 해설과 적용을 통해 우리가 성찰할 수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주제에 맞는 성경 말씀
“우매한 자의 길은 자기 눈에 바르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를 듣느니라.” (잠언 12:15)
잠언의 이 말씀은 인간이 스스로 옳다고 믿는 태도 속에 얼마나 많은 어리석음이 숨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역시 자기 확신과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바로 그 어리석음을 통해 웃음과 풍자가 탄생합니다.
성경이 전하는 가뭄의 해법, 회개 기도의 회복 메시지
성경이 전하는 가뭄의 해법, 회개 기도의 회복 메시지 – 역대하 6:26~42삶에는 풍요로움이 이어지다가도 갑작스럽게 닥치는 가뭄과 같은 시기가 있습니다. 하늘이 닫히고 땅이 메말라 아무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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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일부 발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아직 이름은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자면 축축하고 어두운 구석에서 형제들과 웅크려 있던 순간뿐이다.
그곳에서 나는 어미 젖을 빠느라 정신이 없었고, 세상은 따뜻한 털과 젖 냄새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인간의 손에 붙잡혀 이 집으로 오게 되었다.”
“나를 데려온 이는 중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다. 그는 체격은 보통이지만 무능하고 우유부단하며, 늘 기운 없이 살아간다. 나는 그를 ‘구샤미 선생’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는 세상에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듯 보이고, 스스로도 의욕이 없어 보였다.”
“구샤미 선생의 하루는 단조롭다. 아침이면 늦잠을 자다 허둥지둥 출근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갔다가 금세 피곤하다며 돌아온다. 집에 와서는 곧장 방에 들어가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고, 때로는 바닥에 드러누워 낮잠을 청한다.
그의 곁에는 아내가 있지만, 둘 사이의 대화는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하다. 집 안 공기는 늘 무겁고 활기가 없다.”
“나는 방 구석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인간이란 동물은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서로 존중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끝없이 이익을 따지고, 겉으로는 교양 있는 듯이 굴지만 실제 행동은 치졸하다. 그들이 고귀하다 자부하는 모습은 내 눈에는 한낱 개미 떼의 행렬처럼 보일 뿐이다.”
“가끔 선생의 집에는 친구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서로 학식과 교양을 과시하며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조금만 귀 기울여 들어보면, 대화의 바탕은 허세와 얄팍한 자존심뿐이다. 누구보다 많이 아는 듯 떠들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나는 구석에 웅크려 앉아 그 모습을 보며 킥킥 웃는다.”
“방문객 중에는 특히 수다스럽고 자신만만한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늘 세상을 꿰뚫고 있다는 듯 말했지만, 실은 빈말과 과장이 전부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눈치를 보며 동조하거나 맞장구치지만, 속으로는 다들 자기 이익만을 챙길 생각뿐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라는 종은 어찌 이토록 스스로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 날, 구샤미 선생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는 게 뭐 이렇게 귀찮은 걸까….’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무력감과 자조가 배어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꼬리를 감고 누워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고양이로 사는 것이 더 나은 게 아닐까? 인간은 스스로를 고귀한 존재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고양이보다 더 불안하고 불행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지면 선생은 촛불 아래서 괴로운 듯 책장을 넘기다가, 한숨을 내쉬며 등을 구부린다. 나는 그의 어깨를 바라보며 묘한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습기도 하다.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은 늘 자신과 싸우면서도, 정작 그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쓰러운 동물이다.”
2. 해설과 적용
나쓰메 소세키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허위의식을 가차 없이 드러냅니다. 고양이는 인간보다 낮은 존재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인간보다 더 냉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 눈에 비친 인간은 허세와 허영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놓친 채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존재입니다.
우리 역시 일상 속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인정받고 싶어 남과 비교하며, 허영심에 휘둘리기도 하고, 때로는 무력감에 빠져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부질없는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겸손하게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옳다고 믿기보다, 다른 눈으로 나를 비춰보며 부족함을 인정할 때, 진정한 성숙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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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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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글판 출처: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신국판 번역본
- 영문판 출처: Natsume Sōseki, I Am a Cat, Tuttle Publishing Edition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Daily 10-Minute Reading ⑰] Natsume Sōseki I Am a Cat — Human Society through the Eyes of a Cat
Introduction
When we talk about modern Japanese literature, one cannot omit the name Natsume Sōseki. Among his many works, I Am a Cat stands out as his debut masterpiece. What makes this novel special is that it tells the story through the perspective of a nameless cat who observes human society with irony and humor. By doing so, Sōseki provides sharp insights into the vanity and contradictions of human beings.
Scripture for Today
“The way of a fool is right in his own eyes, but a wise man listens to advice.” (Proverbs 12:15)
This verse points out the folly of being trapped in self-righteousness. In the novel, the cat sees humans exactly this way: beings who believe they are noble and rational, yet are actually driven by vanity and selfish desires.
Excerpt
“I am a cat. As yet I have no name. I do not know where I was born. All I recall is a dark, damp place where I huddled with my siblings, nursing from my mother. That was my entire world.”
“One day, I was suddenly seized by a human hand and brought into this house. My master is a middle-school English teacher. Though average in build, he is indecisive and weak-willed. I call him Mr. Kushami. His daily life is monotonous and uninspiring.”
“Humans are curious creatures. They pretend to respect each other, but in truth, they constantly compare, criticize, and belittle one another. To my eyes, their efforts to appear noble are laughable. They seem no more than ants scrambling about.”
“Mr. Kushami often comes home exhausted. He lies on the floor, reads half-heartedly, and quickly dozes off. His conversations with his wife are shallow and repetitive. The house is filled with a stagnant air of lifelessness.”
“Friends sometimes visit him. They talk endlessly, flaunting their knowledge, yet their discussions reveal only arrogance and superficial pride. I watch them quietly from the corner and laugh to myself.”
“One evening, I heard him mutter, ‘Why is life such a burden…?’ His tone was heavy with despair. Curled beside him, I thought: perhaps being a cat is better. Humans, for all their pride, seem far more restless and miserable than us cats.”
Reflection and Application
Through humor and irony, Sōseki unmasks the vanity of human existence. The nameless cat, though seemingly insignificant, exposes the contradictions and futility of human behavior. By showing humans from the cat’s perspective, the novel forces us to ask: are we truly noble, or are we trapped by our own illusions?
This story invites us to humility. Instead of believing we are always right, we can look at ourselves through another lens. In doing so, we may discover both our folly and the possibility of growth.
Next Reading Preview
[Daily 10-Minute Reading ⑱] Anton Chekhov The Lady with the Dog — The Irony of Life in a Brief Encounter
Sources
- Korean edition: Natsume Sōseki,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English edition: Natsume Sōseki, I Am a Cat, Tuttle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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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다른 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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