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와 예술

하루 10분 그림독서 ⑥ 상처를 넘어 화해로 이어지는 이청준 '눈길'

아이올렛 2025. 9.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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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용서를 찾아가는 길 위에서 읽는 이청준의 눈길

 

짧은 문학 작품이지만, 긴 세월 동안 독자의 가슴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청준의 "눈길"은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상처를 넘어 화해로 이어지는 이청준 '눈길'
상처를 넘어 화해로 이어지는 이청준 '눈길'

아버지와 아들이 눈 덮인 산길을 함께 걸어가며 묵묵히 나누는 침묵은 단순한 고요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대 간의 간격, 삶의 무게, 상처와 오해, 그리고 끝내 찾아오는 화해의 언어 없는 언어입니다.
오늘은 이 작품을 길게 따라 걸으며, 우리 삶에 비추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귀사의 전자입찰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브레인 전자입찰 대행사" (본 블로거가 직접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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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에 맞는 성경 말씀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8)
짧지만 강력한 구절입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있으면 그 상처를 덮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눈길』은 바로 이 말씀의 현실적 실천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눈 덮인 산길에서 두 발자국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그 속에는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화해의 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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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길" 소설 속 장면 일부 발췌

겨울 산골의 새벽 공기는 차갑고도 맑았다. 하얀 눈은 어제 내린 듯 고요히 쌓여 있었고,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길은 더없이 깨끗했다. 그 길 위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는 앞서 걸었다. 무거운 발걸음이 눈을 깊이 눌렀다. 발자국은 또렷했고, 뒤따르는 아들은 그 발자국을 밟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하며 걷고 있었다. 둘 사이의 간격은 일정하지 않았다. 때로는 바짝 붙었다가, 때로는 멀찍이 떨어졌다. 마치 두 사람의 지난 관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무거운 발자국과 조심스러운 뒤따름
무거운 발자국과 조심스러운 뒤따름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늘 그랬듯, 침묵이 그의 언어였다. 대신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흰 입김이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아들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추운 겨울날,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산에 올라 나무를 하던 아버지의 모습.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늘 거칠었던 생활. 아버지는 자상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대신, 무거운 책임과 일상의 고단함으로 가족을 지켰다. 어린 아들에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벽처럼 느껴졌다.

 

눈길은 점점 가팔라졌다. 발자국이 자꾸 미끄러졌다. 그 순간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버지의 발자국이 아니었다면, 이 미끄러운 길을 어떻게 올랐을까.
어릴 적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저 아버지가 차갑고 무뚝뚝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그 무거운 발자국 하나하나가 결국은 자신을 위해 내디뎌진 것이었다는 것을.

침묵 속에 나란히 멈춘 부자
침묵 속에 나란히 멈춘 부자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송이가 흩날리며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아버지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그대로 묵묵히 걸었다. 아들은 순간, 그 뒷모습을 따라하며 마음속으로 작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왜 그토록 말이 없으셨나요?”
“말보다 더 큰 것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대화는 현실이 아니었지만, 아들은 그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길이 고요해질 무렵, 아버지는 걸음을 멈췄다.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는 곳이었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잠시 서 있었다. 아들도 곁에 섰다. 둘 사이엔 여전히 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과거의 서먹한 침묵과 달랐다. 벽이 아닌 다리, 단절이 아닌 연결이었다.

하나로 이어진 발자국의 길
하나로 이어진 발자국의 길


아버지의 눈빛은 멀리 있지만 동시에 아들을 향하고 있었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사랑이 담긴 눈빛이었다.

다시 길을 걸었을 때, 이번에는 발자국이 나란히 이어졌다. 두 줄의 발자국은 어느새 하나로 합쳐진 듯 보였다.
눈 위에 새겨진 그 길은 과거의 상처를 덮고, 화해로 나아가는 상징이었다. 발자국은 곧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이었고, 그 궤적은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쳐 들어왔다. 눈은 더욱 눈부시게 빛났고, 두 사람은 그 길 위에서 함께 걸었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히 화해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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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설과 적용

『눈길』은 부자 관계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인간 관계를 통해 화해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에도 비슷한 눈길이 있습니다. 때로는 부모와 자식 사이, 배우자와 부부 사이,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도 서로의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벗어나기도 합니다. 때론 그 거리가 멀어져 오해와 상처가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함께 걷는다는 사실입니다. 설령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은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는 것. 『눈길』의 마지막 장면에서 발자국이 하나의 길처럼 이어지는 순간은, 사랑과 이해가 결국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함을 보여줍니다.

성경의 말씀처럼, 사랑은 허다한 죄와 상처를 덮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용서와 사랑입니다.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화해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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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무리

『눈길』은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눈 덮인 산길을 걸으며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 삶의 축소판입니다.
때론 우리도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멀리 떨어져 걷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전히 같은 눈길 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도 마음속의 눈길을 돌아보며 누군가와의 화해의 발자국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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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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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설: 이청준, 『눈길』

성경: 개역개정판 베드로전서 4:8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더보기

[10 Minutes Reading with Art ⑥] Lee Cheong-jun's 'Snow Path' – A Literary Journey from Wounds to Reconciliation

 

Some short stories linger in our hearts far longer than expected. Lee Cheong-jun’s "Snow Path" is one such story.
The quiet steps of a father and son on a snowy mountain path tell of distance, pain, and ultimately reconciliation. Let us walk along this path together and reflect on its meaning for our own lives.

Bible Verse for Today

"Love covers over a multitude of sins." (1 Peter 4:8)
This verse highlights the healing power of love. In Snow Path, the merging footsteps of father and son symbolize that love and forgiveness can cover the wounds of the past.

Main Passage (Extended)

The morning air in the mountain village was sharp and cold. Fresh snow covered the ground, untouched and pure. On that blank canvas, two sets of footprints began to appear: the father’s and the son’s.

The father walked ahead, his steps heavy and firm, pressing deeply into the snow. The son followed, sometimes stepping into his father’s prints, sometimes making his own. The distance between them shifted—close at times, far at others—mirroring their relationship.

 

Silence accompanied their walk. The father rarely spoke, his breath forming mist that quickly vanished in the icy air. The son, watching his back, recalled his childhood: hunger, cold, his father’s ceaseless labor, and the absence of gentle words. As a boy, he had seen only sternness. Now he began to see love hidden within that silence.

The path grew steeper, the snow slippery. The son realized that without his father’s footprints, the climb would have been impossible. Each heavy step the father left behind had been for his sake all along.

 

A strong wind blew, shaking snow from the trees onto their shoulders. The father pressed on, head lowered, coat pulled tight. The son, gazing at him, imagined an unspoken conversation:
“Why were you always so silent?”
“Because silence was the only way I could give more than words.”

 

When the father stopped to gaze at the distant ridges, the son stood beside him. No words passed, but the silence felt different. It was no longer a wall; it was a bridge. In his father’s eyes, he read apology, gratitude, and love.

As they walked again, their steps began to align. The two lines of footprints merged, as if becoming one. The snowy trail now bore witness not only to their past but to their reconciliation.

Sunlight streamed through the trees, brightening the snow. Together they walked on, wordlessly yet with hearts reconciled.

Reflection

Snow Path teaches that reconciliation does not always require words. Sometimes it comes in the form of silent companionship, shared steps, and an understanding that grows slowly.

In life, conflicts and distances are inevitable. Yet, as Scripture reminds us, love has the power to cover sins and heal wounds. The footprints on the snow show us that no matter the distance, love can bring us together again.

Conclusion

Though brief, Snow Path resonates deeply. The father and son’s silent journey on a snowy path is a metaphor for our own lives. At times distant, at times close, yet always walking the same road—ultimately finding reconciliation.

Next Episode Preview

[10 Minutes Reading with Art ⑦] Kim Hoon’s The Song of the Sword – Memories of War in Silence

Sources

  • Novel: Lee Cheong-jun, Snow Path
  • Bible: 1 Pe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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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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