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논-픽션, 즉 사실에 기반을 둔 청춘 사랑 이야기를 웹 소설 형식으로 여러분과 함께 그 시절 그 감정을 나누려 합니다.
제3화 :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밤새 나눈 사랑 이야기 – 군산상고 운동장에서
연오와 비키는 두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군산상고 정문 안으로 마치 떠밀리듯 들어섰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비키는 수줍은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엔 분명 기쁨이 묻어 있었다.
연오와 비키는 어느새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말없이 운동장 쪽으로 걸어갔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손이 닿은 순간이었지만, 그 감촉이 낯설지 않았다.
당시 군산상고는 야구 명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전국대회를 여러 번 제패하며 학생들의 자부심이 컸고, 학교 운동장은 늘 야구부 선수들의 훈련 열기로 가득했다. 땀이 배어 있는 듯한 흙냄새가 저녁바람에 실려 왔다.
[노래가사에 얽힌 고장 이야기 ㉓] 눈이 내리네 – 김추자와 정선, 겨울이 남긴 목소리
김추자의 노래 중 ‘눈이 내리네’는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숨은 명곡입니다.한없이 쓸쓸하고도 고요한 겨울, 그 속에 내리는 눈처럼 잔잔한
iallnet.com
사실 연오의 영어 실력은 고등하교 2학년이었으나 대화 수준이 형편 없었고, 비키의 한국어도 서툴렀다. 반면, 비키의 동생 트레시는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한국어를 익혀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언어의 벽 앞에서 어색한 침묵을 나눴지만, 손은 여전히 꼭 잡은 채 운동장을 천천히 걸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렇게 걷기만 했다.
결국 연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키… 미국 어디에서 살았어? 웨어 인 더… 유 프럼?”
엉성하고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비키는 그의 말뜻을 알아챘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시카고.”
그 짧은 대화 이후로는 서로 아는 단어를 꺼내 섞어가며, 손짓과 눈빛, 몸짓까지 총동원한 대화가 이어졌다. 말보다 웃음이 더 많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했다.
오히려 어설픈 언어가 오가는 그 시간이 두 사람에겐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걷다 보니 학교 건물 앞쪽 화단에 놓인 벤치가 보였다. 두 사람은 그곳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어느덧 밤은 깊어 있었고, 별빛이 총총히 떠 있었다. 바람은 살짝 스치듯 지나갔다. 그때, 비키가 갑자기 연오의 손을 다시 꼭 잡더니 수줍은 듯 말했다.
“아이 러브 유…”
잠시 숨을 고르고, 서툰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연오… 사랑해.”
그 순간 연오는 말없이 비키를 안아주고 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몸은 떨렸으며, 눈앞이 아득해졌다.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흥분과 설렘이 몸을 감쌌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지금의 마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 채, 말과 웃음은 밤새 끊이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있었고, 서로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며 웃음을 주고받았다.
연오는 몰랐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는데, 사랑이란 건 이렇게 본능처럼 다가오는 것이라는 걸.
비키는 유난히 서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1년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연오… 나, 너랑 시집가도 돼?”
연오는 웃음이 터졌다.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비키의 표정은 진지했다.
어디서 ‘시집’이란 단어를 배운 건지, 연오는 웃음이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아직 학생이잖아. 우리 대학 가고, 어른 되면… 그때 생각하자. 그래도 우리 계속 같이 있자, 응?”
비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말했다.
“그럼… 너네 집에 가면 안 돼?”
연오는 식은땀이 났다. 고등학생이 미국 여자애를 데리고 고향 집에 간다고? 그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호령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고, 어머니는 기절하실 게 뻔했다.
그날 밤, 몇 시간의 만남이 마치 몇 년을 함께한 사이처럼 느껴졌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후, 마음은 훨씬 편안해졌고, 말도 행동도 자연스러워졌다.
비키는 연오보다 훨씬 성숙하고 용감했다. 연오가 어색하게 멍하니 있는 사이, 그녀는 서슴없이 감정을 표현했다. 연오도 뭔가 느끼고 있었지만, 남자답게 센 척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첫 키스를 나누었다.
연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입술만 살짝 댔다.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비키는 그 모습이 우스운지 깔깔 웃으며 연오를 바라보았다.
“연오… 퍼스트 키스?”
그 웃음소리마저 연오에겐 음악처럼 들렸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 연오의 다리는 후들거렸고 가슴은 터질 듯 뛰었다.
하지만, 행복했다. 그 순간, 비키의 향기와 체온이 연오의 심장 깊숙이 새겨졌다.
[노래가사에 얽힌 고장 이야기 ㉔] 가시나무 – 조성모와 진해, 아픔을 간직한 바다의 시선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슬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참담하지 않고, 아픔을 토해내면서도 조용히 가라앉는 그 노래.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조성모에 "가시
iallnet.com
그날 이후, 둘은 정말 가까워졌다. 비키는 수없이 "사랑해"를 반복했고,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을 다짐하듯 말했다.
시간이 자정을 넘기자, 연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 비키 부모님도 걱정하시고, 아주머니들도 기다릴 거야.”
비키는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연오의 손을 꼭 잡았다. 몇 번이나 “잘 자” 인사를 주고받은 뒤, 둘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날 밤, 연오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에 비키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녀의 목소리와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새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비키 역시 그날 밤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비키의 마음은 더욱 진지해졌다.
[논-픽션 웹소설 -고교 비화 1화] “비키와 연오의 아름답고 아픈 사랑 이야기” 실화
이 이야기는 논-픽션, 즉 사실에 기반을 둔 청춘 사랑 이야기를 웹 소설 형식으로 여러분과 함께 그 시절 그 감정을 나누려 합니다. 제1화 : 고교 비화 “비키와 연오의 아름답고 아픈 사랑 이야
iallnet.com
다음 편 예고
제4화 : 연오에게 시집 보내달라고 비키 엄마 아빠에게 금식 시위 시작
[논-픽션 웹소설 -고교 비화 2화] “비키와 연오의 아름답고 아픈 사랑 이야기” 실화
이 이야기는 논-픽션, 즉 사실에 기반을 둔 청춘 사랑 이야기를 웹 소설 형식으로 여러분과 함께 그 시절 그 감정을 나누려 합니다. 제2화: “비키의 용감한 사랑고백과 아줌마들의 아름다운 음
iallnet.com
글 ; 안광식
그림 ; 아이올렛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다른 글 소개
[최신 사기 뉴스 & 분석⑦] 중고거래 사기, AI 챗봇으로 진화하다 – 실제 대화 캡처로 본 수법의
요즘은 어지간한 중고거래도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이루어지는 시대입니다. 네이버 카페, 번개장터, 당근마켓, 심지어 인스타 DM까지. 그런데 그 편리함을 악용한 사기꾼들의 수법도 한 단계
iallnet4988.tistory.com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36] 도구가 인간을 지배할 때 – 마르크스와 물질의 철학
“우리는 도구를 만들었지만, 결국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이 한 문장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되짚게 합니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도 살기 어렵고, 자본과 기계가 노동의 가치를 대신
iallnet12.tistory.com
'직접 쓴 웹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오싹 괴담①] 실제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 심장이 쿵-임산부, 노약자 읽지마세요. (27) | 2025.07.23 |
---|---|
[논-픽션 웹소설 -고교 비화 2화] “비키와 연오의 아름답고 아픈 사랑 이야기” 실화 (28) | 2025.07.14 |
[논-픽션 웹소설 -고교 비화 1화] “비키와 연오의 아름답고 아픈 사랑 이야기” 실화 (31) | 2025.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