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기와지붕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조용히 울리는 나무바닥의 소리. 전주 한옥마을 안쪽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옛 조선의 기운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입니다.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경기전은 고요한 위엄을 간직한 곳입니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조선의 정통성과 효의 정신, 그리고 왕조의 시작을 기억하게 하는 역사적 상징입니다.
"오늘 주제에 맞는 성경 말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출애굽기 20:12)
조선 왕조는 "효"를 나라의 근본으로 여겼습니다. 경기전은 바로 이 효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왕이 자신의 조상을 공경하고, 후대는 왕의 어진을 모시며 그 뜻을 잇는 이 구조는 성경의 가르침과 깊이 닮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부모와 조상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결국 우리가 어떤 세대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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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심장, 조선의 뿌리가 뛰다
경기전(慶基殿)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즉 어진(御眞)을 봉안한 곳입니다. ‘경사스럽게 나라의 기틀을 세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는 자신의 선조가 살던 전주를 조선 왕실의 뿌리로 삼았습니다. 그 후 태종 이방원이 1410년, 이곳에 경기전을 세우며 왕실의 정통성을 전주에 새긴 것입니다.
당시에도 어진을 모신다는 것은 단순한 형상 보관이 아니라 정신과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전주라는 도시는 이렇게 조선의 출발선이자, 정통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어진, 조선을 그리다
경기전 안의 어진박물관은 전통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조선시대 왕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그려낸 어진은 단지 초상이 아니라 신성한 위엄을 품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태조의 어진은 임진왜란 당시 서울에서 전주로 피신했고, 이후 이곳에서 보관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졌습니다.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에서는 태조뿐 아니라 영조, 철종 등의 어진 복원본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조선의 미술과 왕실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통의 길을 따라 걷는 하루
경기전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요한 풍경 안에 역사의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경기전 뒤편으로는 전주사고와 태조의 초상화 보관소가 있었고, 한옥마을과 연결되는 길은 자연스럽게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의 통로가 됩니다.
또한, 전주사고는 조선왕조실록이 한때 보관되었던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임진왜란 중 실록을 지켜낸 선비들과 백성들의 이야기가 이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실록보다 진한 숨결, 전주를 걷는 이유
많은 이들이 전주를 맛과 멋의 도시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조선 왕조의 깊은 뿌리가 존재합니다. 경기전은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조선의 시원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조선이 무엇을 중시했는지, 우리가 어떤 정신을 잇고 있는지를 되새기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오늘 전주를 걷는다는 것은, 단지 한옥 골목을 걷는 것이 아니라 600년을 넘는 역사 위를 조용히 밟아가는 것입니다.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 ㉑] 고구려의 숨결, 중국 지린성의 오녀산성과 고국천왕릉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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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예고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 ㉓] "강화도 조양방직과 근대 개항의 기억"을 찾아갑니다.
출처
문화재청 경기전 공식자료, 전주시청 관광정보, 전주역사박물관 해설자료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Historic Travel Destinations ㉒]
"Where Joseon Breathes – Jeonju Gyeonggijeon and the Portrait of King Taejo"
In the heart of Jeonju Hanok Village, where wooden eaves whisper in the wind, stands a serene place that tells the story of the beginning of the Joseon Dynasty — Gyeonggijeon Shrine. It is here that the spirit of a kingdom’s origin quietly lingers.
Unlike grand palaces, Gyeonggijeon exudes a solemn and respectful atmosphere. This isn’t merely a building; it’s a living symbol of Joseon’s values, especially its reverence for ancestors and the roots of royal legitimacy.
Bible Verse for Today
"Honor your father and your mother, so that you may live long in the land the Lord your God is giving you." (Exodus 20:12)
This verse resonates deeply with Joseon’s founding values. At Gyeonggijeon, honoring the portrait of King Taejo is a cultural embodiment of filial piety. As Joseon’s kings revered their forebears, so too are we reminded today of the importance of remembering and honoring those who came before us.
Jeonju, the Starting Point of Joseon
Gyeonggijeon was built in 1410 during the reign of King Taejong, the son of Taejo, to enshrine his father’s royal portrait. Jeonju, being the ancestral hometown of King Taejo, was declared the spiritual root of the Joseon dynasty. Thus, this shrine holds not only historical but also symbolic significance.
The Royal Portraits – Faces of a Dynasty
The highlight of Gyeonggijeon is the Royal Portrait Museum, which houses restored copies of portraits from various kings. These aren’t just paintings — they are sacred representations, carefully crafted to preserve royal dignity and the essence of the ruler.
King Taejo’s portrait, originally kept in Seoul, was moved to Jeonju during the Japanese invasions of the late 16th century to protect it. Since then, it has been kept and honored here.
Walking Through the Past
Walking along the stone walls of Gyeonggijeon, one can feel the solemn history embedded in the path. Behind the shrine once stood the Jeonju Archives (Jeonjusa-go), where parts of the Annals of the Joseon Dynasty were safeguarded.
The site tells stories of scholars and commoners who risked their lives to preserve their heritage.
Why Jeonju Matters More Than Ever
While Jeonju is known for its food and traditional houses, its historical significance runs deeper. Gyeonggijeon is not just a tourist site — it is a testimony to the beginning of a dynasty, a place that invites us to walk alongside our ancestors’ dreams and ideals.
Next Destination Preview
[Historic Travel Destinations ㉓] will explore “The Legacy of Opening – Ganghwa-do’s Joyang Bangjik and Modern Transformation”, a chapter not yet covered in previous posts.
Sources
Korean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Jeonju City Tourism, Jeonju History Museum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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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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